“치과위생사 의료인화 법 개정”전문가·정치권 한 목소리
안정된 치과의료서비스 제공 위한 의료법 개정 시급
현행 치과위생사 관련 법률, ‘위헌’소지 다분
국회 여야는 물론 치과의료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이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현행 치과위생사 관련 법률이 치과위생사 업무 수행을 위축시켜 안정적인 치과 진료 환경 조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양질의 치과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주관한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관한 의료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오제세 의원은 “국민들의 평균 수명이 증대되면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치과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점점 증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모순된 제도적 환경으로 인해 구강보건 전문 인력인 치과위생사는 제 역량과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행위를 하는 치과위생사가 현행 의료기사법에 묶여 의료인으로서의 업무와 처우가 제한되면서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구강보건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현행법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함으로써 보다 밝은 치과의료의 미래를 준비하는 디딤돌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치과의사 출신의 정원균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는 법무법인 서정에 의뢰한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를 중심으로 현행 치과위생사 관련 법률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치과위생사는 치과예방처치, 치과진료지원(진료의 보조) 등 의료행위를 하는 인력이지만 현행법상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사로 분류돼 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시행된 개정 의료기사법 시행령*은 치과위생사 업무 범위에서 치과진료지원 행위를 5개만 명시하면서 이 외 업무를 치과위생사가 수행할 시 법 위반일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어 치과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2015년 12월 23일 시행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치과위생사 업무 범위는‘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弧線)의 장착·제거, 그 밖에 치아 및 구강 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등으로 규정돼 있음
정 교수는 이 같은 현행 치과위생사 관련 법률의 문제점으로 ▲치과의료 파행 ▲직역 분쟁 ▲ 치과위생사 구인난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발표에 따르면, 치과위생사 업무를 한정적으로 열거한 의료기사법 시행령은 치과위생사 등을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한 의료기사법과 충돌한다. 의료기사법 시행령이 그 상위법인 의료기사법을 따르지 못하는 것은 모든 법률이 상위법이 하위법에 우선해 적용되는 법체계에 반한다.
여기에 더해, 치과위생사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정한 의료기사법 시행령은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의료기사법에서 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한다. 국회의 결정이나 관여를 배제한 채 보건복지부 등 행정청이 대국민 구강보건의료서비스와 직결되는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국회입법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의료법을 개정해 치과위생사를 의료인의 정의 규정에 추가로 편제하고, 치과위생사 업무 범위도 치과의료의 업무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의료법 개정은 치과위생사의 업무와 정체성을 왜곡해온 법적 부당성을 개혁하는 매우 절박한 현안인 만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며 “7만여 치과위생사가 스스로 자신의 직역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즉 권리의식을 갖고 결집된 권리의식과 지속적인 실천의지로 치위생의료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여야 대표들도 현행 치과위생사 관련 법률의 문제점에 적극 공감하며 법 개정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제도적 환경으로 치과위생사들의 제 역량과 전문성이 제한받고 경력 치과위생사들의 전업이나 조기 은퇴비율이 높은 실정은 치과의료서비스와 의료기술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도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치과위생사의 업무 정립, 국민보건향상 방안들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역시 “지난 40여 년간 국민 구강건강을 지키는데 앞장서온 그간의 역할에 비해 치과위생사에 대한 법적 제도 지원이 미흡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치과위생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업무상을 정립하고 치과위생사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국민 구강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은 관련 의료법 개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며 치과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양 위원장은 의료계와 달리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등 치과의료 인력이 의료법과 의료기사법으로 분리돼 있어 업무체계 정립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을 언급하고, “치과위생사 도입 취지를 살리면서 실제 의료현장을 고려한 업무범위 설정 등 치과의료 인력 체계의 재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종열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황윤숙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장효숙 서울시치과위생사회 공보이사, 이스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치과의료 관련 학계와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